사람 피의 산도(pH)는 7.4로 약 알칼리성이다.
여기서 ±0.02범위를 벗어나 7.38이하거나 7.42이상이면 치명일 수 있다고 한다.
육식을 많이 하면 고기가 분해 되면서 나오는 요산 때문에 pH가 떨어져 질병에 잘 걸린다.
그래서 알칼리성인 채소나 과일을 권한다.
지나치게 육식을 좋아하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육식을 아주 안하는 것도 이롭지 않다.
그래도 혈액의 pH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된다.
혈액에는 ‘완충능’이라는 능력이 있어서 알칼리성 식품인 과일이나 산성 식품인 고기를 많이 먹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흙은 어떨까?
흙의 pH도 매우 중요하다. 맹물에 염산이나 양잿물(가성소다)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금세 pH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흙을 조금 풀어 넣으면 좀처럼 pH가 변하지 않는다. 흙 역시 완충능이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흙이 산성이거나 알칼리성이면 대부분의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를 들면 pH에 따라서 흙에 있는 양분의 유효도가 달라진다.
흙이 산성으로 되면 그 속에서 잠자던 철(Fe)과 알루미늄(Al)이 깨어나 인산과 결혼한다(특히 우리나라 흙이 그렇다).
이렇게 하여 생긴 인산철과 인산알루미늄은 식물이 빨아먹을 수 없다(이 현상을 ‘인산의 고정’이라고 한다). 질소는 아질산(NO2)이 되어 하늘로 도망간다.
우리나라 흙 대부분은 pH 5.2~5.4 범위의 산성토양이다.
중성(pH 7.0)에서 질소-인산-칼리의 유효도를 100이라 할 때, 내 흙이 5.5라면 유효도가 77-48-77에 그친다.
질소-인산-칼리 비료를 각각 100kg씩 준다면 그 중 23-52-23kg은 쓸모없는 꼴이 되는 것이다.
흙의 pH를 6.5~7.0으로 맞춰주는 것은 농사의 기본이다. 그러나 흙의 완충능 때문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라는 석회 양을 다 주는 것은 물론, 3년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매년 검정을 받아서 개량해야 한다.
퇴비도 도망친다. 걸어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고 날아서 도망친다.
밭에 퇴비를 뿌려주고 한참 있다 가보면 푸석푸석한 것만 남아 있다.
그에 비해 흙에 닿아 있는 부분은 여전히 퇴비 덩이로 남아 있다.
퇴비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면 그 중에 어떤 성분은 빗물에 녹아 땅 속으로 들어가지만 대부분 햇빛과 바람에 삭아버린다. 물론 미생물이 먹어치우기도 한다.
우리는 ‘유기물’과 ‘부식’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유기물은 무기물의 반대되는 말로 썩는 것은 무어든 유기물이다.
볏짚도 유기물이고 가축분뇨도 유기물이다.
유기물을 밭에 넣으면 끊임없이 변한다.
미생물의 밥이라 온갖 미생물이 다 덤벼 뜯어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후에 남는 것이 검은색의 물질인데 이것이 ‘부식’이다.
갈색인 낙엽을 파 내려가면 낙엽의 모양도 없어지고 검은색의 흙을 발견한다.
바로 부식이 흙 알갱이와 결합한 것이다.
유기물이 부식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흙 알갱이와 함께 있어야 결합해서 안전한 꼴로 된다.
이렇게 흘과 결합한 부식은 몇 십년 또는 몇 백 년 동안 안정된 상태로 남아서 흙을 풍요롭게 해 준다.
이와 반대로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면 유기물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화학비료 중 특히 질소질 비료도 뿌리고 그대로 놓아두면 날아서 도망간다.
그러므로 유기물이나 비료를 주고 나서는 반드시 경운을 해 흙과 섞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인은 유기물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농사의 승패는 유기물의 다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사토 만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은 유기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기물은 그 자체가 양분의 덩어리이자, 미생물의 밥이고 양분의 저장고이고, 토양 개량제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유기물 넣기가 어려우면 땅이 놀 때 녹비를 가꿔서 환원시켜주는 방법을 쓴다.
비료 중에 질소비료만큼 좋은 비료는 없다.
인산과 칼리비료는 아무리 주어도 외관상 작물에게 나타나는 효과가 없다. 이에 비해 질소비료는 한 주먹만 주어도 당장 효과가 뚜렷하다. 처음에는 잎이 검푸르게 변하고 이어서 키가 훌쩍 자란다. 왜일까? 질소가 들어가면 엽록소가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검푸르게 보인다(반대로 질소가 부족하면 늙은 잎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엽록소가 분해 되어 질소가 어린잎의 엽록소로 간 때문이다). 엽록소가 많이 만들어지면 광합성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엽록소는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고, 공장이 많이 만들어지니까 생산물이 그에 비례해서 많이 나오니 키가 클 수밖에 없다. 키만 더 크는 게 아니고 ‘공장 단지(團地)’인 잎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 줄기에도 세포가 계속 만들어진다. 그 결과 크는데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으뜸비료’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질소비료만 살 수가 없었다. 요소나 유안을 사면 반드시 과석이나 염화가리를 업혀 팔았다. 농민들은 정부가 비료회사를 봐주려고 쓸데없는 비료를 껴서 판다고 오해하고 내버리기까지 했다.
요즘 쌀농사를 잘 짓는 농가는 절대로 질소를 많이 주지 않는다. 전 같으면 10아르 당 질소 12kg을 주었지만 요즘은 7~8kg만 준다. 웃자라 쓰러지는데다 밥맛이 떨어진다. 질소를 많이 주면 쌀에 단백질 함량이 높아져 밥이 식으면 마치 구어 놓은 고기처럼 빨리 굳어버린다. 게다가 단백질은 쉽게 변하기 때문에 저장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특등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병해충도 많이 생긴다. 물론 웃자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병균과 해충도 질소가 자신들의 번식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덤비는 것이다. 질소비료는 과채류의 맛도 떨어뜨리는데 질소가 단백질로 되는 만큼 떫고 신맛의 유기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질소는 양날인 면도날 같아서 편리하지만 잘못 쓰면 손을 베기 쉽다. 그래서 질소비료는 ‘양날 비료’라고 해야 할까보다.
며칠 전, 책상을 정리하다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양순한 사람도 때로 성깔이 나면 사람을 할퀼 때가 있는 것처럼, 얇은 종이도 면도날처럼 상처를 낼 때가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놓아두었더니 결국은 염증이 나서 며칠을 고생했다.
베인 상처로 병균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오늘은 봄비답지 않게 80mm나 내려 늦게 핀 벚꽃을 싹 쓸어가 버렸다.
그래도 봄비는 고맙다. 비가 그치면 새싹이 부쩍 자랄 터이고 논에 물을 가득 채워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름 장마도 머지않다.
장마가 우리에게 쌀밥을 먹여주어 고맙기는 하지만, 홍수로 목숨과 재산을 잃는 사람도 생긴다.
무엇보다도 여름장마는 땅껍질을 벗겨가기 때문에 농업인에게 상당한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의 2/3가 6~9월에 집중되어 폭우로 쏟아진다.
지난 2000년부터 강우패턴이 ‘8월 집중습격’으로 변하고 하루 200㎜ 이상 쏟아지는 폭우가 1번에서 5번까지 늘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땅껍질이 벗겨졌는데 잦은 폭우 때문에 토양침식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흙이 깎이는 것이 뭐 그리 문제인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장대비’하면 오래 전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대만의 한 농업시험장을 방문했는데, 경사가 10도 정도로 밋밋한 비탈에 목초를 가꾸고 그 옆은 나지 상태로 내깔려 놓았다.
그 해가 그렇게 한지 꼭 10년이 되었단다.
나지는 10cm나 깊이 깎여 있었고 자갈만 나뒹굴고 잡초만이 가물에 콩 나듯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땅껍질이 벗겨지면 속흙은 병이 난다.
양분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분은 표토에 가장 많이 있고 땅속으로 들어갈수록 급격하게 줄어든다.
1cm 깊이의 흙이 깎여 나가면 엄청난 양의 인산과 칼슘을 잃는다.
한 해 여름 동안 손실되는 양분은 거의 작물이 빨아먹은 양만큼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깨진 흙 알갱이가 표토의 구멍을 모두 막아버린다.
물이 들어가지 못하고 가스교환도 막혀버린다.
흙속의 생태계가 뒤죽박죽이 되고 뿌리가 질식한다.
그러니 작물이 잘 될 리가 없다.
이런 곳에서는 잡초 같은 들깨만이 겨우 자랄 수 있다.
절대로 나지 상태로 여름장마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
미리 작물이나 녹비를 가꾸면 좋겠지만 그럴 사정이 아니라면 잡초라도 그대로 놓아두거나 비닐피복이라도 해 주는 것이 유리하다.
출처:토양 환경정보 시스템(이완주 박사님의 흙 이야기 中에서)
저자 이완주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네덜란드 와게닝겐 국립농과대학에 유학, 식물영양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모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토양비료 분야를 가르쳤고, '그린음악농법'을 창안하셨고. 농촌진흥청 산하 '잠사곤충부' 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자문관을 맡고 있습니다. <참여문학>, <한국수필문학>으로 등단하여 글 쓰는 과학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제1회 '조선일보 논픽션 공모'에서 1970년대 통일벼 개발 비화를 다룬 "얘들아, 이제 괴타리를 풀어 놓자꾸나"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홍조근정훈장과 농촌진흥청 연구상을 수상했습니다.『성인병을 예방하는 뽕잎 건강법』(중앙생활사),『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들녘)등 15권의 저서 외에 학술논문 82편을 발표하셨습니다.
72회까지 소개된글중에서 너무나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지나치기쉬운 네가지만 제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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