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흙은 무엇인가?
메리 레이놀즈의 ‘생명의 정원‘에서 ’물리적으로 양분이 부족한 상태’는
원문의 ‘poor physical condition’을 잘못 옮긴 것으로서
‘물리적으로 불량한 상태’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언급을 이미 했었다.
토양의 경우 물리적으로 불량한 상태는 ‘불량한 물리적 구조’와 같은 의미이다.
그렇다면, 불량한 구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 무엇보다도 먼저 불량한 구조는 통기성(通氣性)과 배수성이 나쁜 토양을 뜻한다.
토양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입자와 입자 사이의 공간인 공극의 크기 또한 작다.
이렇게 작은 공극을 소공극이라고 한다.
소공극을 지닌 토양일수록 통기성(= 배수성)은 나빠지고 보습성은 좋아진다.
토양입자의 크기가 클수록 입자 사이의 공간인 공극의 크기 또한 크다.
이렇게 큰 공극을 대공극이라고 한다.
대공극을 지닌 토양일수록 통기성은 좋아지고 보습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왜 보습성이 아닌 통기성이 나쁜 토양을 두고 불량한 구조라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토양 중 산소 때문이다.
광합성만 생각하면 햇빛, 물, 이산화탄소가 식물의 생육을 결정하는 환경요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식물의 뿌리는 생존을 위해 호흡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산소의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또한, 뿌리와 공생하는 호기성 토양 미생물 또한 산소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지난 주 안산시에서 개최된 ‘2018 마을 자연학습 공동체 양성을 위한 활동가 심화 프로그램’에서
Toshi Hikichi는 좋은 흙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사람들은 흔히 비옥한 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에 대한 답은 이와 달리 ‘구조가 좋은 흙’이었다.
(사실상 ‘poor’를 ‘양분이 부족한’이라고 잘못 옮긴 까닭은 역자의 이해 부족 때문만은 아니고
일반인이 지니고 있는 잘못된 고정관념의 반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날 제시된 좋은 구조의 흙은 소공극을 지닌 토양입자들이
서로 한 덩어리가 되어 대공극을 형성하는 이른바 ‘떼알구조’였다.
떼알구조의 가치는 통기성과 배수성을 동시에 좋게 하는 대공극에 있다.
자연에서는 토양미생물과 미소동물들이 소공극을 대공극으로 전환시키는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분해자의 위치에 있다.
그런데, 하층의 분해자들(토양생물)이 사라지면
상층의 생산자(식물)와 소비자들(동물)도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고 살아 간다 (Toshi Hikichi, 2018).
대공극을 만들어내는 토양생물 없이 도시의 정원은 식물들로만 채워진다.
식물들에게 이러한 정원은 지상낙원이 아니라 사상누각일 뿐이다.
생태계 피라미드를 지탱해 줄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정원식물이 말라 죽어갈 때 물만 주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원사는 해부학 지식이 부족한 외과의사와도 같다.
의식이 희미한 환자에게는 물과 양식이 아닌 산소가 필요하듯 식물의 썩어가는 뿌리 또한 대공극이 제공하는 산소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잘 자라지 못하는 식물에게 있어서 가난은 물과 양분의 부족이 아니라 뿌리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산소 그리고 식물과 공생하는 미생물이 부족한 토양구조를 뜻한다.
이러한 상황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땅을 조금 판 후 물을 붓고 물이 얼마나 잘 빠지는지 살펴보면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물이 토양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이다.
도시 토양은 입자가 작은 흙, 즉 소공극만으로 구성된 불량한 물리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1분이 경과해도 물이 빠지지 않은 채 수위에 큰 변동이 없다.
투수성이 불량한 이러한 상태는 평소에도 토양 산소가 부족하여 뿌리호흡과 미생물 발달이 어려움을 뜻한다.
2. 식물이 이용하는 양분은 무엇인가?
식물은 토양 속 무기물을 흡수하여 유기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생산자로 존재한다.
사람이 이용하는 양분은 식물과 동물이 만들어낸 유기물이다.
이와 달리, 식물이 이용하는 양분은 유기물이 아니라 무기물이며 이것은 분해자인 토양미생물이 만들어낸다.
그런데, 서로 다른 유기물과 무기물을 구분하지 않은 채 모두 양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까닭에 식물의 삶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다.
사람이 섭취하는 것을 양분이라 하고, 식물이 흡수하는 것을 양료라고 구분해서 생각할 때
양분은 유기물이고 양료는 무기물이다.
무기물은 생명체가 아닌 암석에 기초한 광물(미네랄)로 구성된다.
다만, 질소의 경우에는 대기 중 질소와 유기물에 함유된 질소(이 질소 또한 사실은 공기로부터 온 것임.
대기 중 질소는 미생물, 식물, 동물을 거쳐간 후 다시 대기로 돌아감.
기체-고체-기체를 반복하는 과정을 질소순환이라고 함)가 모두 질소의 공급원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유기물에 함유된 유기상태의 질소(단백질, R-NH2)는 식
물이 그대로 흡수할 수 없고 미생물에 의해 반드시 무기상태의 질소(암모늄, NH4)로 전환되어야 한다.
유기농이라고 하면 유기물로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유기물 자체가 식물의 뿌리가 흡수하는 양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양료는 유기물이 아니고 무기물이며 유기물이 무기물로 바뀌고 광물이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생물이 흙 속에 존재해야 한다.
유기물은 사실상 식물을 위한 것이 아니고 미생물을 위한 양분이다.
유기농의 본질은 유기물이 아닌 유기생명체인 미생물로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호기성 토양 미생물이 잘 살 수 있는 토양의 물리적 구조가 유기농 정원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Toshi Hikichi
출처: facebook -박상길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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