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수목의 진단및 처방

간단한 외과수술: 지저깨비와 습도유지가 상처치유에 도움이 되는가?

학훈아빠(김정식) 2018. 12. 16. 13:13

수피에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때에 사람들은 흔히 붕대를 감아 사람의 상처를 보호하듯 나무의 상처를 감싸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진흙 혹은 황토를 바르고, 또 어떤 분들은 랩으로 감싸고, 또 다른 분들은 새끼줄을 감고 황토를 바릅니다. 행여나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찢겨진 수피는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붕대는 비닐이 아닙니다. 즉, 공기가 소통하는 공간이 있으며, 일회용 반창고에도 역시 산소가 통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습하면 오히려 치유속도가 더디고 염증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상처 역시 마찬가지 이치가 적용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람의 상처 부위를 치료할 경우 환부를 깨끗하게 도려낸 후 새살이 돋도록 처치합니다. 그렇다면, 나무의 상처 역시 깔끔하게 도려내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요? 찢겨진 수피를 동여맨다고 해서 다시 붙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곰팡이균의 침투로인해 오히려 상처는 더 곪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009년 조경수 관리자 교육(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주최) 내용의 일부를 옮겨 드리고자 합니다. 더불어, 주위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몇가지 사례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아들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공원을 거니는 것이 신나는가 봅니다. 하지만,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나무들을 지켜 봐야 하는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의 미소와 즐거움에 제대로 화답을 못하는 참 부족한 아빠입니다.  




                 ▲ 위 자료 출처: 나용준, 조경수의 올바른 가지치기 강의 내용, 2009년 조경수 관리자 교육,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주최

 

소나무와 일반 낙엽활엽수의 줄기 상처 처치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자료입니다. 찢겨진 부위 또는 지저깨비(= 들고 일어난 수피 또는 줄기 조직들)를 남겨 놓지 않고 깨끗하게 도려낼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의사항은 상처부위를 도려낼 때 직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가능한 한 자르는 부위를 최소로 하면서 곡선의 형태로 잘라내야 합니다.

 

* 지저깨비: 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에 생기는 잔조각. ≒목찰(木札)....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지저깨비를 남겨 놓으면, 그루터기를 남기는 가지치기와 동일한 폐해를 낳게 됩니다. 즉, 부후의 진행과 곰팡이 및 세균의 침투를 막기 위하여 방어벽을 형성해야 하는 나무의 반응속도를 지연시킴과 동시에 지저깨비들은 오히려 곰팡이와 세균의 좋은 먹이가 됩니다. 또한, 죽은 수피와 목질부의 잔재들은 새살이 상처를 감싸는 것을 물리적으로 방해합니다. 더불어, 상처를 덮고 있는 죽은 조직들은 습한 환경을 유지하여 곰팡이의 번식을 이롭게 합니다.

 

다음은 실제 사례들입니다.



▲ 위 사진: 아물지 못하는 상처 1



▲ 위 사진: 아물지 못하는 상처 2

 

파란색 원은 예리하게 잘린 상처가 치유되고 있는 모습이며 빨간색 원은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 위 사진: 지저깨비가 심하게 남아 있는 상처



▲ 위 사진: 죽은 수피가 남아 있는 부위와 일찍 제거된 부위의 비교 1

 

빨간색 원은 상처 발생시 생긴 죽은 수피가 계속 상처부위에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목질부의 부후 상태가 아래쪽보다 심합니다. 파란색 원은 상처 발생시 죽은 수피가 제거되어 상처가 아물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은 죽은 수피를 벗겨본 모습입니다.



 ▲ 위 사진: 죽은 수피가 남아 있는 부위와 일찍 제거된 부위의 비교 2

 

죽었지만 습기를 머금고 있는 수피에 가까울수록 부후의 정도가 훨씬 심각합니다. 습도유지가 상처치유에 이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줍니다. 더 나아가 쉽게 제거되지 않는 단단한 죽은 수피(=노란선으로 표시된 부위)는 새살이 상처를 감싸는 것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습기의 문제는 공동(空洞)을 메꾸는 일반적인 외과수술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본처치 사항입니다. 이제까지의 외과수술이 실패를 거듭해 온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습기를 제거하지 않고 서둘러 우레탄 폼으로 충진을 한 결과 부후의 진행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